Friday

an angler's journal by Soboro....

도착하면 이미 뿌연 안개는 걷히고 물속의 돌들도 선명한 상쾌한 아침이다. 장비를 내리고 채비를 하다보면 벌써 마음은 계곡을 누비고 있다.

예전에 (그래봤자 일년전이지만) 옷을 입고 장비를 갖추는 일은 그야말로 일 그자체였다. 낚시를 하다보면 하나, 둘 빠뜨리고 온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잘못 선택한 장비로 인한 결과를 몸소 체험하며 더욱 철저한 준비의 시간을 다짐하곤 했다. 그로 인해 매번 차에서 내려 준비하는 시간은 긴장과 기대에 가득차 낚시를 시작하는 중요한 "포인트"였다.

지금은 제법 익숙한 손놀림으로, 하나의 경건한 의식처럼 되어버린 준비의 순간. 이제는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는 여유도 생겼지만, 그래도 설레임과 긴장은 아직도 가장 즐거운 출조의 한순간이다.

가이드의 정보에 따라 그날 만나게 될 물고기들과 먹이의 모습들은 분명하지만,(대부분 처음 방문하게되는) 계곡의 모습 그리고 계곡을 이루는 동식물들은 아름다움이란 말로 일축하고 기대 만발 한걸음을 내딛는다.

입구야 내려주는 곳에서 시작하면 문제없지만 시작과 더불어 출구 걱정을 해야하는 어설픈 경험자.
몇번을 찾아가도 가물가물한 포인트들.(하기야 똑같은 곳을 반복해 찾아가도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고 있는 계곡의 모습. 그래서 더욱 도전적이고 재미있나보다.)

이제는 계곡을 따라 생겨난 길도 눈에 들어오고 철따라 핀 꽃들과 이름모를 생물에게도 시선의 여유를 갖지만,고기들 도망가지 못하게 접근하느라 숱한 작은 나무가지와 풀들은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다.

마음속으로 수면위에 그리드를 그리고, 예전보다 좀 더 정확해진 캐스팅으로 조심스럽게 유혹하면
고맙게도 한 두마리는 꼭 물려준다.혹 어설픈 캐스팅에 놀라 숨어버린 아해들도15분 20분 정도 기다릴 줄 알게된 나의 인내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도 한다.

수시로 하류를 바라보며 뒷사람이 보이지나 않을까 가끔은 아쉬운 포인트를 뒤로 해야만 한다.

아직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물고기들을 만나기도 하고 그래서 반갑고 놀랍기도 하고.이런 기쁨들은 시간이 가며 사리지리라.

점심을 먹으며 나누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 속에서 나의 즐거움을 되새김질하며 참 좋은 취미를 갖게 해준 친구와 여러 사람들께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쉴 수 있는 포근한 자연이 있어 감사하다. 어떤 오락이 이처럼 매순간 겸양과 감사를 느끼게 해줄까?

늘어난 장비만큼 내 마음도 풍성해졌기를 바라며...

Soboro.

2 comments:

  1. 낚시를 즐길줄 알고, 또한 낚시가 고기잡는것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는것들을 아는 형이 멋집니다. 좋은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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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eh. really like this tex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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